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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가는길
 
곽동원  2009-09-23 06:51:48 

 아침 5시 50분,
휴대 전화기에서 구식 전화 벨 소리 알람이 울리면 아내는 이불을 끌어 당겨 뒤집어 쓰고,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부엌으로 가서 주전자에 커피 물을 데웁니다.
정신없이 고양이 세수를 하고 방에 들어가 이불을 돌돌 말고 다시 잠이 든 아내를 깨우면
투덜 거리며 일어나 아내도 등교 준비를 합니다.
옆집 알료나네 집과 세르게이 네, 앞집 신 블랏집에도 불이 켜지고,집 집 마다 검둥개가 목청껏
짖어대면 고요하던 영농쎈터가 갑자기 부산해 집니다.
 
커피 한잔씩 마시고 집 문을 나서면 중국 시장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알료나가 13살 먹은 딸
안젤라와, 태어 날때 병원의 실수로 태를 목에 감고 태어나 하반신 불수가 된 4살 배기 아들
빠샤의 손을 잡고 "드라스부이체" 아침 인사를 합니다.
세르게이 귀염둥이 막내 11살 짜리 안젤리카와 신블랏 둘째 딸 알라가 활기찬 모습으로
뛰어 나옵니다.
 
하늘엔 즈믄 하현달 서편에 걸렸고,수많은 별들이 이른 새벽을 반짝 입니다.
 
포장 안된 어둔 새벽길을 엄마와 누나의 손을 잡고 나선 어린 빠샤는 시장에 출근하는 엄마와
장애인 유치원에 가는 길이고,안젤라와 알라와 안젤리카는 미하일로프카 읍내에 있는 학교에 
가는 길 입니다.
신선한 새벽 공기를 흠뻑 마시며 101번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면 6시 50분.
첫 손님인 우리를 금발머리 차장 아줌마와 담배를 입에 문 회색 눈의 기사 아저씨가 기다립니다.
'돌리 파튼' 의 가슴을 닮은 넉넉한 체구의 차장 아줌마는 목에 주렁주렁 버스표를 걸고 말 못하는
 이방인인 우리에게 닥아와 버스 요금을 챙기며 "우스리스크?"하며 학교에 가느냐고 미소를 짓습니다.
 
미하일로프카 마을 버스인 101번 버스는 읍내를 구석 구석 한바퀴 돌아 우스리스크시내로 출근
하는 직장인이나 시내 대학생들을 실어나르는 시외 버스입니다.
버스가 설때마다 몸매가 고운 금발 은발머리 아가씨들과 강한 포스가 느껴지는 서양 얼굴들이
60년대 한국시내 버스 같은 누추한 버스에 오르는 것이 우리 부부에겐 심히 어색한 정경인데,
오히려 그들의 표정은 행색과 얼굴이 다른 우리 부부가 새벽버스를 탄것을 신기해 합니다.
 
동녘이 어슴프레 밝아 오기 시작하고,새벽 들녘에 이슬에 젖은 억새와 들국화들이 시야에 들어
올 때 쯤 버스는 만원이 되어 시내로 접어 듭니다.
무엇을 조사 하는지 24시간 쉬지않는 경찰 검문소를 지나고, 많은 사람이 타고 내리는 중국 시장과
사랑의 빛 선교교회를 지나,아디다스와 콜롬비아 매장을지나,화려한 금색 도금으로 건물의 돔을 장식한
러시아 정교회를 지나고 미국의 정취는 찿아 볼수 없는 KFC 튀김 닭 상점이 4층에 있다는 네온이 붙은
 건물을 지나,온통 붉은 칸나꽃과 붉은 네온 트리로 장식된 우스리스크 시청 광장을 위엄 있게 버티고 있는
슬라바라는 인물의 거대한 동상을 지나고, 새벽을 깨우는 아주머니들의 순박한 꿈이 펼쳐지는 꽃가게
골목을 지나서면 만나는 네거리 우스리스크 사범대학 정류장에 버스가 정차하면
졸던 눈을 비비며 버스에서 내립니다.
정신을 차리고 백 팩을 등에 메고, 아직도 무엇이 두려운지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 아내의 옷깃을 끌고
거리에 서면.......................
 
아! 이 우울한 도시 어느 구석에 이 많은 청춘들이 살고 있었는지.....................
 
세상은 온통 갓 입항한 만선 고깃배의 그물을  풀어 놓은듯 거리는 온통 젊은 맥박의 고동이 요동을 칩니다.
언제 어디서나 담배를 입에 달고 사는 것 하나 빼고는 참 싱싱한 아름다움의 절정 입니다.
흘러간 청춘을 반추하며 그 젊음의 물결을 따라 건널목을 떠밀리듯 건너 돌배나무 가로수를 따라
강의실이 있는 기숙사 교정에 다다르면 허름한 기숙사에 살고 있다고 믿어 지지 않는 금발,은발,홍발(?)
흑발의 러시안 미녀들이 쏱아져 나옵니다.
"아니 공부 하는 애들이 패션 쇼 하나?왜 저리 멋을 부려? 하이힐은 왜 저리 높은 굽을 신나?
다치려구...."
아내는 터질 듯한 젊음을 시기라도(?) 하듯이 궁시렁 대며 걷고 있지만,나는 그들의 아름다움 속에서
현실 상황은 힘들지만 굽힐수 없는 러시아 민족의 도도한 자존심과, 의식이 깨어나면 언젠가는 분출될
용암같은 젊은 에너지를 봅니다.
 
강의실에 들어서는 복도 현관에 버티고 앉아 계신 할머니 사감 선생님께 아부하듯 "더브라이 욷드라"
인사를 하고 강의실에 들어서면 7시 55분 입니다.
우리 기초반 강의는 8시부터 1시간 30분씩 2교시하고 30분 점심 먹고 다시 1시간 30분 계속 됩니다.
수강생은14살 조기 유학생을 포함한 대부분 중국 유학생이고,우리 부부와 목사님 한분,조선족 여학생 한둘에
봉사단체 자원 봉사자 두분과,재활 센터에서 봉사 하시는 68세 고령(?)에도 당당히 학생 비자로 입학 하신
 마리아 수녀님 까지 모두 16-18명 입니다.
기초반이 9개 그룹이라니 꽤 많은 학생들이 등록 하였습니다.
교수진은 음성학을 전공하신 세분의 여 선생님으로,오랜 교수 경력이 엿보이는 자상하고 아름다운
 비올레타 선생님과,우리들을 유치원 아이들 처럼 곱게다루시는 알료나 선생님과,깐깐하고 무서운 젊은
류다 선생님 이십니다.
혀로,발성하는 온갖 바람 새는 발음을 우리는 구분도 못하고 난감하게 따라 하지만,아랑곳 하지 않으시고
끈질기게 일대일로 가르쳐 주십니다.
젊은 중국 아이들은 자다가 쫒겨 나기도하고,불경하게 자존심 세우고 선생님께 반항하다가 제풀에 강의실 문을
박차고 나가기도 하지만, 아내는 미국식 발음 하지 말라고 야단을 맞아도 능글 능글 웃음으로 "더불어 배째라?"
하며 능청을 부리는 늙은 학생의 여유가 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수녀님과 함께 버스 타러 나오다가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계란만한 돌배에 아내가 머리를 맞아
혹이나는 불상사가 있기는 해도,쓸쓸한 거리를 걷노라면 죠지 무스타키나 레오날드 코헨,이브 몽땅이나
쥬리엣트 그레꼬와 에디뜨 삐아프의 애수에 젖은 가을 음악이 그립습니다.
수녀님 께선 교정을 나서는 여학생들을 보시며"같은 여자의 눈으로 봐도 러시아 여성들의 각선미는 너무
예뻐요"라는 말씀에 맞아요 라고 동조 하려다 힐끔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101번 버스를 기다립니다.
 
시외버스 요금은 26루블 이지만, 
시내에서 10루블 하는 다른 버스와 달리 101번 버스는 5루블만 받으므로 시내에서는 돌아오는 버스가 항상
만원이므로 이들 고유의 체취로 고역을 치루지만 시내를 벗어나면 널널하게 비어있는 좌석에 앉아 어느새
나의 생각은 꿈속을 떠돕니다.
사역을 잘 해야 한다는 걱정과, 아내가 노력과는 달리 이곳 기후에 적응 못하고, 고려인들의 힘든 삶을 보면서
창문 밖의 신블랏 집을 내다 보지 못하는등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 걱정이긴 해도,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이시간 만큼은 내 영혼은 자유 입니다.
들판 감자 밭에선 추수가 늦은 농가의 가족들이 모두 나와 웃통을 벗어 제끼고 감자 캐느라 땀을 흘리고,
어느새 낮은 구릉을 버티던 상수리 나무와 자작나무 잎이 누렇게 변해 가고,잡목들은 그럴듯한 색갈로
단풍이 들었습니다.
내마음이 젊은 시절 무모하게 꿈꾸었던 히말라야와 아이거 북벽을지나,내 청춘의 야영지였던 설악산의
타는듯한 단풍과,아내를 처음 만났던 치악산 갈대 능선까지 휘돌아 내 지친 영혼이 쉼을 얻었던 하루에 네번
완행열차가 쉬어가던 중앙선 간이역 신원역을 헤매일때 쯤이면 버스는 미하일로프카 기차 건널목을 지나 갑니다.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촛점없는 눈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쳐 보이는 아내 모습에 울컥 눈물이 솟지만 이것도, 이 외로움도 선교사가 거쳐야 할 과정으로 생각하며
 못 본듯 지긋이 눈을 감습니다.
 
돌아오는 버스는 운이 좋으면 아침에 탔던 종점으로 향하지만,때로는 종점 가까운 마을 한가운데서 내려야
할때도 있습니다.
길을 걸으며 기웃기웃 이웃집 낡은 담장 넘어 남루하지만 고전적인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이제는 어느 집 담 안에는 무슨 꽃이 피어 있는지 훤희 알고,어느집의 너무 익어 목이 꺾인  해바라기 걱정을
할 정도로 이마을 사람들의 삶이 눈에 들어 옵니다.
 
길을 걷다가 '저집은 왜 호박이 늙어도 따지 않았지?"
걱정하는 아내에게 걱정도 팔자라고 타박을 주어도,못 들은 척 아내는 성도 내지 않습니다.
'이집은 월동 석탄이 들어 왔는데 왜 창고에 안 들이는거야?"
오히려 한수 더뜨지만,그녀의 마음이 아이들 생각과,힘들게 적응되는 자신과 싸움 하느라 허공에 내뱉는
독백임을 알기에 사실은 저도 가슴이 아픔니다.
종점에 있는 매거진(슈퍼 마켓)에서 검은빵 한덩이와 러시안 버섯 치즈 한통를 사서 백 팩에 넣고 집으로 향하면
한가로이 풀을 뜯던 염소들이 수선을 떨며 울어대고 우리집 4마리 검둥개들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며 짖어 댑니다.
오후 3시 10분  
 
모두들 평안 하셨나요?
학교에 다닌지 한달이 지났습니다.
9월 말에 비자 만료로 한국에 나가 거주 등록하고,새로운 초청장으로 3개월 비자를 만들어 10월 중순에 
들어 올 예정 입니다.
한국 체류중에 김동학 선교사와 함께 고창 복분자 농장을 견학과,꽃 재배 농장도 돌아 볼 계획 이구요.
지난 주일에 미주 기독교 윤리 실천 운동 본부 유용석 장로님이 80 중반의 고령이신데도 불구하시고,
건강하신 몸으로 아이다호에서 오신 장로님 한분과 함께 이틀 동안 지원하신 사역지 비닐 하우스 설치 현장과 
후원 농가를 격려 하시고 다시 중국을 통해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돌아 가셨습니다.
N국과 중국의 빵 공장과 염소 사육지를 돌아 보시고 중국 국경을 버스로 13시간 걸리는 강행군에도
건강하신 몸으로 선교하시는 유장로님의 헌신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 합니다.
 
학교는 3주후에 다시 합류 하기로 학장님과 합의가 되었으며,출석 못하는 기간 수업료는 면제 받았습니다.
방과후에 원예 비닐 하우스 제초 작업과 시험 재배 분식및 기온변화 점검을 합니다.
김동학 선교사 선교사님 하시는 일을 열심히 배우려 노력 하지만 아직은 솔직히 도움이 되지 못 합니다.
저녁 먹고 단어 외우고 숙제하고 잠이 들면 11시 30분 입니다.
 
될수 있는한 솔직하게 초보 선교사의 삶을 가감 없이 전해드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건강과 이고 생활에 자신감이 붙는 것과,3년 비자 신청 서류 완비가 순조롭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오늘도 두서 없는 글이 되었군요.
죄송 합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하나님 은혜 가운데 거하시기를 기도 합니다.
 
연해주에서 곽동원 진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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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스베틀라나 (2009-10-08 03:47:15)  
계시지 않는 사이 강의가 많아졌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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