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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깡통 속의 행복
 
곽동원  2009-08-27 06:30:19 

 모두들 안녕 하셨는지요.
 
"작렬하는 8월의 태양"이라는 글 귀절이 생각 나는 연해주의 여름은 8월이 절정 입니다.
시끄러운 매미 소리는 들을수 없지만, 차를 타고 끝 없이 펄쳐진 벌판을 달리다 보면
자지러지는 여치 소리는 가끔 들을수 있습니다.
 
100년은 넘은듯한 러시아 전통 문양의 낡은 목조 가옥 양철 담장 사이로 스쳐 지나 가는
나리꽃이나 다알리아,글라디올라스 꽃들도 아주 <strong>나른한 아름다움</strong>이지만,
텃밭에서 가꾼 감자,양파,당근,양배추 와,집에서 기르는 젖소 우유를 발효시켜 콜라병에 담은
께훼르, 그리고 담 밑에서 자란 글라디올라스를 꺽어 꽃다발 까지 만들어 크고 작은
양철 양동이에 담아 집 앞 느티나무 가로수 밑에 한가로이 나와 앉아 있는 동네 할머니들의
모습은 아주 <strong>한가한 아름다움</strong> 입니다.
 
7년전
풍요의 나라 그곳에 살면서도 정작 심령의 빈곤으로 고뇌할 시기에 이곳에 단기 선교로
와서 처음 이런 풍경을 접했을때,
어리석게도 저는 빈곤한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으로 그 풍경을 받아 드렸고,
저것이 팔리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동정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 보았습니다.
무엇을 내다 판다는 의미는, 내가 28년 살아온 그곳에서는 매일 매일 update되는 삶의
진보를 유지 하려는 자금 창출이 목적 이었고,목표가 없고 상승이 없는 삶은 무능력과 나태로
평가 되는 사회 였으므로...............
저들은 저렇게 어렵게도 살아 가는데 누려온 풍요에 대하여 감사 없이 살아온 나의 과거를
나름 하나님께 회개 하였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선교사란 이름으로 이땅에 와서 이곳의 삶을 이곳의 정서로 생각해 보는
이른바 "상황화"관점에서 그들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가로수 밑에 펼쳐 놓은 그들의 소박한 판매대의 목적은 생존이 아닌 생활 이었습니다.
팔지 못하면 굶는 가난이 아닌 욕심 없이 자족하는 삶의 여유인것 같았습니다.
 
뒷 뜰 에서 키워 먹고 남는 한개의 양배추, 한 깡통(?)의 감자와 몇 알의 오이 토마도를 내어 놓고
머리수건을 동이고 앉아계신 할머니 옆에서 손주 녀석들은 풀밭에 업드려 책을 보고,
그 곁을 거만한 걸음걸이로 거위 떼가 지나 갑니다.
길게 목청을 뽑으며 훼를 치던 숫탉이 여러 마리 암탉들을 거느리고 풀씨를 쪼으며,
염소가 새기에게 젖을 먹이고.....................
먼지를 내며 지나가던 승용차에서 운전자 들이 저녁식탁에 필요한 재료를 사기 위해 멈춰 서면,
할머니 얼굴엔 순진한 웃음이 번집니다.
다음 날에도 또 한 깡통의 감자가 낡은 의자 위에 올려지고,할머니는 나무 밑에서 뜨게질을 합니다. 
 
돌이켜 보면
이민생활 하나님 의지하고 신앙 생활 하며,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자족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내 힘으로 일어섰던 것 같은 교만과 더 높은 욕심으로 인생이 꼬이고서야 하나님의 은혜로
깨달았던 내려놓음의 교훈이 이 풍경 속에 있습니다.
 
녹쓴 못을 망치로 펴서 쓰고,언어 배우러 타마라 선생님 집 까지 30분을 걸어 다니고, 이빠진 잔에
커피를 마실때,비닐 하우스 선반 제작 목재를 나르려 수박 장사하는 고려인 문 슬라바 고물 추럭을
빌려야 할때 생각 나는 것은............
두고온 내집 차고에 세워둔 8기통 King cab Toyota Tundra와,Box도 띁지 않은 공구들과,
텅빈 dining room 가구 선반에 사용 하지도 않고 반짝 반짝 진열되어 있던 China Set.
이 모든것을 지니고 살았던 나의 과거가, 이 모든 것이 없는 이곳에 사는 지금 보다 행복 했다
말 할수 있을까요?
이들이 매일 변하지 않은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느끼는 깡통 속의 행복을 무엇으로 설명할수
있을까요?
 
얼마간의 세월이 흐르고 나면 이들도 어쩔 수 없이 문화를 앞서 가는 우리들 처럼 서서히 자본주의
사회에 물들어 가겠지만.........................
이미 세월을 앞 서서 진보된 사회를 살아 왔던 경험을 가진 저로써는, 바쁘게 쫒기거나 허둥댐 없이
흘러 가는 이곳의 삶의 모습이   <strong>BACK TO THE FUTURE</strong>의 또 다른 <strong> CULTURE SHOCK</strong> 이었고,
격변했던 세계사에서 힘든 삶을 유지하며 살아왔던 이들에게, 정체되고 느린 풍경으로 삶이 전개
되는 것을 동정의 눈으로 바라 보기에는............
하나님을 믿는 제가 자본주의의 자유라는 이름의 늪에서 너무나 이기적으로 부패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힘든 삶을 사는 고려인과 함께 생활하며 느끼는 것은
먼곳에서 온 하나님을 믿는 신앙을 가진 제가, 먼저 이들에게 보여 주어야 할 것이
그들의 삶의 진보를 돕기 위한  나의 꽃 만지는 재주가 우선이 아니고,
이 땅이 예수님 이야기를 해주면 할렐루야 은혜 받고 춤추며 달려 나오는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나는 선교의 현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들의 음식을 함께 먹고,이들의 열악한 환경이 나의 삶으로 정겹게 닥아 오며,이들과 같이 
삶의 오기(誤氣)에 찌들지 않은 모습과, 이들의 삶의 속도로 내가 먼저 변해서 더불어 살아 갈때 쯤
되어야 <strong>내 안에 계신</strong>예수님의 모습이 이들에게 보여 질 것 이라는 것 입니다. 
 
선교사라는 사람이 세상을 너무 감성적으로 본 다는 지적을 아내에게 듣습니다. 
인정 합니다.
그러나 감정 뿐만 아니라 삶으로도 이들의 희노애락에 동화 되어, 내가 사랑하는 그분을 이들도
함께 사랑 할수 있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아직은 언어 장벽과 영농작업 방식의 현저한 차이를 극복 하는 일이 관건 입니다.
<strong>벌써</strong> 두달이 되어 가는데 <strong>설치며</strong>사역하겠다는 서두름 보다,<strong>아직</strong> 두달도 안 되었다는 <strong>느긋함</strong>
으로 이들의 문화에 적응 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 부터는 남북 나눔 운동 본부에서 지원 받은 콘테이너 두대 분량의 비닐 하우스 설치 재료
를, 지원을 원하는 고려인 농가 네 가정에 설치를 시작 합니다.
또한 원예비닐 하우스 3동에 난방 설치 작업도 시범적으로 진행 중이고......
 
타말라 선생님과 언어 공부는 우리의 노쇠한 머리 기능으론 난감하지만 열심히 하고 있구요.
돋보기를 콧등에 걸고 <strong>루스키 알파벳</strong>외우는 아내의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장기 비자 신청은 아직 답보 상태 입니다.
모든 일에 선임 김동학 선교사 부부가 잘 가이드 하고 있습니다.
기도해 주십시오.
 
입주할 집 수리가 끝나서 지난주 부터 이사를 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가구나 식기및 생활 용품 구입에 걱정이 많습니다.
대부분 열악한 중국 제품인데 그곳 물가 보다 50%는 비싼것 같군요.
아내의 철저한 짠물의 지혜가 돋보입니다.
 
늦은 밤비가 내리는군요.
모두들 건강 하시겠죠?
다음 편지는 이사 후에 올리겠습니다.
 
연해주에서                      곽동원,곽진희 
 
PS.
웹 싸이트가 유남훈 집사님과 인진한 목사님의 수고로 마련 되었슴을 알려 드립니다.
두분께 감사 드립니다.
컴퓨터 사용법도 잘 모르는 저희들 에게 이게 웬 호사 인가요?
범죄경력확인 서류를 위해 바쁜 중에도 수고 해 주신 Hanna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댓글로 남기고 싶으신 분들은 회원 로그인하시기 바랍니다.

유남훈 (2009-08-28 06:16:40) 코멘트삭제
곽 선교사님. 이제 글 올리기 연습 해보십시요...

† 본 게시판에 게재된 글과 사진들 중 삭제를 원하시는 분들은 으로 삭제하시고자 하는 사유, 본명과 전화번호를 정확히 적으셔서 이메일을 보내시면 곧바로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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