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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네게 대하여 무엇이라 하느냐?
 
곽동원  2013-02-16 11:18:02 

2013년이 벌써 9일째로 접어 들었구나
아직도 어둠이 가시지 않은 거실 유리창에 낀 현란한 성에를 바라보며 새해가 시작되자 마자
참 빠르게도 흘러가는게 시간이란걸 무심하게 생각하며 아침 QT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QT 본문을 묵상 하며 시도할 작은 일들의 적용을 위해
오늘의 성경 말씀을 ㅊㅏㅊ는중에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9시 30분.
시간적으론 그리 이르진 않은 시간이였지만 완전히 어둠이 걷히려면 10시는 되어야 하는데 누구일까?
 
선교사님!
오늘 새벽에 그이가 죽었어요.
서투른 한국어의 차분한 목소리 사이로 숨죽인 울음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순간적으로 죽었다는 표현 보다는 돌아가셨다는 표현이 더 우아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누구예요?
선교사님! 리타예요.
신블랏이 오늘 새벽에 심장 마비로 죽었어요.
가슴속에서 끈적거리는 피가 엉겨 드는듯한 둔한 고통의 눈물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급히 아침상을 차리는 아내 모르게 방에 들어가 한참을 울었습니다.
밥을 몇 숱가락 뜨다가는 울컥이는 슬픔에 또 눈물이 솟아 눈물 섞인 밥을 삼켜야 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신블랏 집에 도착하니 신블랏은 이미 장의사로 옮겨진 상태였고,리타는 장례 일정을 조정하는라 출타중이였습니다.
큰딸 율랴와 작은딸 알라가 몇 안되는 조문객을 맞고 있었고,
신블랏 가정에게 지금 살고 있는 처소를 빌려준 미하일과 발렌찌나 집사님이 집 주변을 정돈 하고 있는 중이였습니다.
"오늘 새벽에 뻬치카에 땔 나무를 가질러 나왔다가 추운 날씨에 혈관이 수축되어 심장 마비가 온것 같소"
부엌 밖 창가에는 우리가 하바롭스크까지 왕복 26시간을 달려가서 구해 왔던 복막 투석액이
꽁꽁 언채로 방치 되어 쌓여 있었고,
오늘  새벽 우스리스크 기온이 영하 38도 이였습니다.
................................................................................................................
 우리 부부가 신블랏을 마지막으로 만난날이 1월 6일 저녁,
그러니까 러시아 정교회 달력으로 Christmas Eve 였어요.
작년 가을 사고 났던 차를 그저 굴러 다닐 정도로 수리가 끝난 후에
안전 벨트도 에어백도 없는것을 공장에서 ㅊㅏㅊ아와,그동안 분배하지 못한
씨앗을 나누어 주느라 분주하게 이곳 저곳 돌아 다녔습니다.
벌써 미하일로프카 은혜교회를 떠나 우스리스크 소망교회로 옮긴지 2년이 되어 가는데
그동안 ㅊㅏㅊ아 뵙지 못했던 미하일로프카 지역 러시안 노인들을 만나 크리스마스 인사와 함께
식사 대접 하는 일을 병행 하면서도 항상 신블랏 가족은 저에겐 부담 이였습니다.
 
당뇨와 고혈압의 약을 잘못 투여하여 병이 악화되어 하루에 4차례 신장
투석을 해야하는 신 블랏 형제를,선임 김동학 선교사와 장애인 등록을하고,
차로 왕복 26시간 거리의 하바롭스크에 있는 큰 병원에 가서 복막 투석액을 구해 오는 일을
두달에 한번씩 도와 주고 있었는데.............
김동학 선교사가 한국으로 돌아 가고 난 후엔 러시안 선교사 꼬스챠 와 그일을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우스리소망교회로 옮긴후에 본의 아니게 미하일로프카 교회와 멀어지게 되고,
사역상 갈등이 있어 교회를 떠났는데 떠난 교회 교인들과 교제를 유지 하기엔 부담이 있어
6개월 가량 소식을 끊고 지냈습니다.
다행히 치료약을 거주지인 우스리스크에서 구할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10여년 동안 살아 오던 집을 미하일로프카 영농쎈터의 소유권을 가진 고려인들이 비워 줄것을 요구하여
서너달 전에 지금 살고 있는 발렌찌나 집사님 다챠(주말 농장?)로 옮겨와 살게 되기 까지
많은 어려운 고비가 있었다는 것,그동안 신블랏 가정에 의지가 되었던 우리가 소리없이
떠나 버린것에 대해 서운해 한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습니다. 
 
몇주 전에 아직 학교를 거주지로 전학하지 못한 둘째딸 알라가 어두운 새벽 시외버스를 타고 등교 하다가
불량배들에게 폭행을 당해서 집에서 치료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올해가 지나기 전에 아내와 신블랏 가정을
방문 하기로 하였습니다.
마침 미주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에서 지급 되는 장학금 마지막 수혜자로 신블랏의 큰딸 율랴를
생각 하고 있었기에, 춥고 눈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따뜻한 선물이 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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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안 정교회 Christmas Eve!
간간히 눈발이 휘날리고, 날씨는 또 왜 그리 추운지 집앞의 개 밥 그릇이 꽁꽁 얼어 붙은 신블랏 집을
통역 발렌찌나 집사님과 함께 ㅊㅏㅊ았습니다.
아직 리타는 중국 시장에서 퇴근을 하지 못했고,율랴는 출석 교회에서 주일학교 크리스마스 행사 준비 하느라
돌아 오지 않아서, 집에는 아직도 얼굴이 폭행 당한 상처가 부어 있는 알라와 신블랏이 집에 있었습니다. 
오랫 동안 ㅊㅏㅊ아 보지 못한 미안 함으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그동안 ㅊㅏㅊ아 오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며
신블랏의 얼굴을 살폈습니다.
처음에는 오랫 동안 소식이 없던 사람이 불쑥 연락도 없이 ㅊㅏㅊ아온 것에 어리둥절 하던 신블랏의 검은 얼굴에
깊은 주름으로 남아 있던 서운함이 서서히 녹아 내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우리를 아주 놓아 버린줄 알았소"
울먹이는 신블랏의 말을 끊으며 아내가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요.우리 사람들의 관계는 언제든지 내 감정에 따라 놓아 버릴수 있어요.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절대로 신블랏 가정을 놓치 않으실꺼예요.
우리 땜에 힘내지 마시고 하나님 때문에 힘 내세요." 
 말하던 아내와 통역하는 발렌찌나와 벽에 기대어 서있던 알라 모두 함께 기도 하며 울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누추한곳에 태어나신 예수님께서,
시베리아 변방 우스리스크 한구석,
희망 마져도 꽁꽁 얼어 붙은 남루한 신블랏 가정에 ㅊㅏㅊ아 오셔서,
믿는자들의 사랑이란 썩지 않는 끈으로 꽁꽁 엮어 주셨다는것을 깨닫게 하신 귀한 재회 였습니다.  
.
얼굴이 밝아진 신블랏은 작년 말 원동 문화개발기구의 지원을 통해 뒷뜰에 지은 철제 비닐 하우스에
온가족이 토마토 농사를 열심히 지어 도와 주신 모든 이들에게 보답할 꿈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동안 ㅊㅏㅊ아 오지 못해서 미안해.블랏"
그리고 그것이 신블랏의 49 인생에 저와의 마지막 만남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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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
하늘의 태양은 찬란하게 떠올랐건만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 대기는 수정같이 얼어버렸고
병원에서 돌아온 신블랏은 검은 얼굴을 관위로 내어 놓은채 다챠 앞마당에 누워 있었습니다.
두꺼운 양말을 세켤레씩 껴 신어도 발이 시려운데 리타는 얼음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말없이 맨 손으로 신블랏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카쟉스탄에서 러시아로 역이주 하기 전까지 함께 살았던 지인들과,리타와 중국 시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고,우스리스크 사랑의빛 선교교회의 고려인 부목사님의 집례로
장례예배를 마치고, 운구차를 따라 동네 어귀까지 조문객들과 함께  걸으며,몇년 동안 신블랏과 함께
복막 투석액을 구하러 다니던 기억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밤새도록 13시간을 달려 새벽에 병원앞에 도착하여 병원이 문을 열때까지 이빨이 덜덜 떨리도록
차안에서 서너 시간씩 추위에 떨며 기다리던 일.
복막 투석액을 사용하다 죽은 환자들이 남기고 간 무거운 복막 투석액을 4층 아파트에서 들고
내려 오다가 다리가 후들거려 주저 앉았던 기억.
캄캄한 밤중에 훼손된 고속도로 아스팔트를 지나다 차가 튕겨 나가 언덕 밑으로 굴러 떨어져서도
아직 살아 있다며 농담을 하던 신블랏의 미소.
운전석 앞에 복막 투석액을 걸어놓고 투석을 하며 운전을 하는 남편 곁에서 마스크를 쓰고
투석액을 갈아 주던 리타의 모습.
돌아 오는 길에 잠이 쏟아져 갈대가 흐드러진 가을 들판에 차를 세우고 잠시 눈을 붙이던 일.
협동 농장 경리로 일하던 리타에게 오빠의 친구인 신블랏이 매일 ㅊㅏㅊ아와 사랑을 고백 했다며
눈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을 바라보며 양볼 발그레 미소 짓던 리타.
시골 한적한 카페에서 보르쉬를  먹는 남편을 바라보다가 신블랏 얼굴에 붙은 티끌을 떼어주며
눈물을 참던 리타의 슬픈 얼굴.
러시안 선교사 꼬스챠와 리타와 나와 셋이서 하바롭스크 다녀오던날 으스럼 달밤에 집앞에 나와
우리를 기다리던 신블랏의 걱정 어린 얼굴.
아!얼굴 얼굴 얼굴들..............
 
신블랏과 함께 했던 날들의 슬프게 아름 다웠던 기억과 함께
개인적으로 신블랏 가정을 떠났던 이유들이 창피 스러워 더욱 괴로워졌습니다.
우리들의 이틀의 도움으로 2달을 살아가던 그에게 그래도 의지 할곳은 김동학 선교사 떠나곤
우리 밖에 없었을텐데................
신블랏과 리타는 우리때문에 얼마나 서운 했고 외로웠을까.........
 골치 아픈 선교지의 관계의 갈등에서 벗어 나고자 선교사라는 인간이 신블랏의 말대로
정작 우리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영혼들의 손을 놓아 버렸던건 아니였을까,
골치 아프고 귀챦고 물질적 부담이 없는 사역은 기도 밖에 없는 것을 알고 있기에
걸핏하면 함께 기도 합시다 기도 합시다 하며 숨어 버렸던 많은 순간들.
겉으로 들어나는 가시적 선교 사역의 전리품들을 광채나게 늘어 놓고 폼나게 안식년을 떠나려던
마음이 내겐 없었을까?
정말로 정말로 가슴에 손을 얹고 진심을 말하라면,
선교사로써 나는 세례 요한이나 사도 바울처럼 하나님 앞에 떳떳하게 나의 신분과 사명에 대하여
당당하게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아니면  디베랴 앞 바다 숯불 조반상 앞에서 이세상 그 누구 보다도 겸손하고 비운 마음의
 베드로 처럼 "내가 주를 사랑하는줄을 주께서 아시나이다"(요한복음 21:17)
라고 말 할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흔들리며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기쁨보다 절망으로 부대끼는 사람들을 가슴에 묻고,
풍요 보다는 고난으로 피흘리는 사람들을 어였이 하나님 앞에 세우며,
숨 막히는 세상 한 구석에서 꿈도 없이 흐느끼다 지쳐 버린 이들과
이제는 말이 아니라 몸으로 내려 앉아서 진한 피 눈물로 만나는 위로자가 되고 싶다"던
4년전 파송식 간증의 가소로운 패기가 기억나서,장례식 내내 꽁꽁 얼어 버린 자작 나무 숲속으로
숨고 싶었습니다.
 
하관 예배를 드리며 차갑게 얼은 신블랏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부비며 울고 있는 리타의 머리 위로
떠나가는 신블랏의 마지막 인사 인듯,
거짓말 처럼 서너마리의 박새들이 날아와 앉았다 날아가고 ...........
조문객 모두 입으론 하얀 김을 뿜어내며 신블랏 매장지에 한줌씩 얼어 붙은 흙을 뿌리고 장지를 떠나 갔습니다.
 
 모자를 3개를 쓰고 양말을 세켤레를 신어도 추운, 아직 난방 장치가 수리 되지 않은 차를 타고 돌아 오는 길에
아내가 제게 물었습니다.
"티나 아빠! 선교사란 무어라 생각해?자기는 자신에게 대하여 무엇이라 말할수 있어? "
또 다시 눈물이 흘러 운전하던 손의 가죽 장갑을 벗고 눈을 훔치며  제가 말했습니다.
 
"개뿔! 선교사는 무슨 .....나는 개뿔도 아니야!"
 
오늘 아침 QT 본문에서 가슴을 찌른 구절이 레위인과 제사장들이 세례 요한에게 물었던 질문이
너는 네게 대하여 무엇이라 하느냐 이었습니다. 
저는 세상을 향해 담대하게하나님의 사랑을 이야기 하는 선교사라 말할 자격이 없는
그래요,
저는 개뿔 입니다.
 
 "또 말하되 누구냐 우리를 보낸 이들에게 대답하게 하라 너는 네게 다하여 무엇이라 하느냐?"
가로되 나는 선지자 이사야의 말과 같이 주의 길을 곧게 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라 하니라."
"요한복음 1: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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