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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을 보내며...
 
곽동원  2010-05-30 10:33:53 

<br /> 하염없이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아파트 앞 뜨락에 속절없이 스러져 가는  앵두나무 흰꽃이
안쓰러웠던 한주일이 지나가고,
이번주에는 제법 화창한 봄날씨가 계속 되어서, 이 시골 마을 미하일로프카 거리가 오랫만에
부산해진 5월의 마지막 주 입니다.
 
거리를 나서면 이곳 저곳 흐드러진 라일락 꽃 향기에 젖은 대기가 마냥 싱그럽고,
겨우내 눈에 덮혀 있어 페인트 색이 바랜 러시아 전통 가옥의 소박한 꽃밭엔 며느리밥풀꽃이나
어울리지 않게 화사한 튜울립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노오란 민들레나 진보라빛 제비꽃에 하아얀 냉이꽃과 노오란 꽃다지까지 한창 입니다.
겨우내 그 많은 눈과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저리도 당당한 아름다움으로 대지를 뚫고 돋아 나는
초목들이 마냥 대견 하기만 합니다.
 
마을 재래 시장엔 깊어가는 봄 준비에 오랫만에 활기가 넘치고,화초와 채소 모종,과일 묘목을
판매하는 손길이 부산합니다.
시장 어귀엔 지체가 부자유한 빅토르 할아버지와 함께 옥수수와 감자 종자를 판매하는 갈랴 할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주변에 장사 나온 노인들께 미국에서온 "까레이 앙그리스끼 교회 친구"라고
우리 부부를 소개를 하며 반겨 줍니다.
올 봄에 러시아 군을 제대한 고려인 루직의 큰아들 알렉이 장터에서 만난 우리가 겸연쩍은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꾸벅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합니다.
온 가족이 지난 3달 동안 비닐 하우스에서 땀흘리며 재배한 리지스까라고 부르는 빨간 알타리 무우
두어단을 아내의 쇼핑 백에 넣어주며 돈은 무슨 돈이냐며 손사레를 칩니다.<br />  
 
미하일로프카를 떠난 101번 시외버스는 우스리스크 시내를 관통하여 우스리스크 사범대학을 돌아
러시안 정교회앞에 멈춰 우리를 내려놓고 떠나 가고,우리는 러시안 시장 곁에 있는 꽃시장에서
화초 모종을 판매하고 있는 라리사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녹색 돔이었던 러시안 정교회는 찬란한 황금색으로 새로 단장을 하고 있었고,정교회 건너편 백화점은
10년이 지나도 끝내지 못한 공사가 아직도 진행중 이었습니다.
러시안 시장을 돌아 한번 사용에 7루블 하는 공중화장실 주변엔 동물 시장이 있어,갓 부화한 노오란 병아리와
오리나 거위새기,집에서 난 강아지 새기들을 판매합니다.
마침 방학이 시작 되어서 함께 나온 강아지 주인 어린 자녀들이, 팔려 가는 강아지를 안고 안타까워 하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아주 먼 옛날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 했던 초등 학교시절,이사한 옆집 용철이네 노오란 병아리를 처음 보고는
아무리 귀여워 해도 나를 따르지 않는 병아리가 미워 가슴앓이 했던 추억이 생각 났습니다.
닭장에 갇혀서도 목청껏 울어대는 장닭이나,잉꼬와 LOVE BIRD,금관앵무등을 팔고 있는 조류시장을 지나면
개인들이 집에서 재배한 화초와 채소모종이나,간단한 나무 묘목들을 판매하는 꽃시장을 만나게 되는데........
집뜰에서 캐온 글라디오라스,다알리아,튜울립 구근을 파는 러시안 노인들 몇몇을 빼곤,상인들 대부분이 고려인
들이었습니다.
미하일 은혜교회에 출석하는 행이 아주머니와,류다 집사의 남편 니콜라이,아냐의 딸 베로니카도 눈에 띄어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3년전 겨울,
혼자 미하일로프카를 방문 하였을때,김동학 선교사의 소개로 체르냐쯔냐 라는 시골 마을에서 양파,채소와 함께
고려인으로써는 드물게 화초 모종을 재배하는 빅터와 라리사를 처음 만났습니다.
내가 가지고 간 꽃씨를 보고 너무나 기뻐하는 그들을 보곤 이땅에서 이들과 함께 꽃을 키워 보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강도를 당해 돌아가신 어머니 방 창가에 모판을 설치하고 꽃씨를 심다가 잠이 들면,꿈에 나타나는 어머니
악몽에 신경이 쇠약해진 아내를 위해 장사하러 나가기 편리한 읍내가 가까운 마을로 이사 하는게 꿈이라는
빅터의 말을 듣고,나의 선교를 위해 지원한 친구의 후원금을 빅터 부부에게 보내어 이사 시킨 인연이 있습니다.
이사한 집이 땅은 넓지만 집은 매우 헐어서, 봄이 왔는데도 방에 전열기가 없으면 살수 없는 상황이지만
작년 한해 힘써 번 돈으로 번듯한 새집을 건축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식으로 선교사로 파송되고나서 맞은 첫 겨울 시험재배를 계획 했으나,장기 체류 비자 신청 서류 문제로
올해초 미국에 나가 있었던 관계로 올해는 빅터 부부의 재배 관리 과정과 판매 과정을 보고 익히고 있습니다.
 
말이 좋아 화초 재배지 아직 NURSERY의 개념이 이곳엔 없으므로 극히 원시적인 방법의 재배와 판매 입니다.
미국의 farmers market을 닮은 이 장터에서 라리사는 지붕이 없는 매대에 아제라튬,snap dragon,활련화,
allisum,콜룸바인,작약등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아내는 일제 중고 미니밴에 모종을 싣고 나와,장터에서 파는 국수를 점심으로 사먹으며
판매를 하고,남편은 비닐 하우스에서 내일 장사를 위한 모종 이식을 합니다.
힘들지 않느냐는 우리들의 물음에 돈이 문제가 아니라 꽃 키우는 일이 너무 좋아서 이일을 한다는 라리사의
대답에 같은 길을 가는자들의 동지 의식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러시아 민족이 꽃을 사랑하는 민족이므로,삶의 가난한 여백과,짧은 봄과 여름의 꽃밭을
예쁘게 가꾸려는 소박한 욕심이 있어 이렇게 정겨운 꽃시장이 섭니다.
 
공산주의 붕괴 이전에 다챠라고 부르는 주말농장을 분양 받은 사람들은 그 다챠에 비록 농가의 헛간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별장(?)을 지어놓고, 적은 텃밭에 일년 먹을 감자나 마늘,옥수수,양배추,붉은 알타리 무우,파브리카
오이,토마토,그리고 잼을 만들 살구나 자두,앵두와 능금,복분자와 스마로지나라는 Blue berry 닮은 과수들을 심습니다.
이 다챠 마을은 집단으로 형성되어 있어 차를 타고 길을 달리다 바라보는 다챠 마을의 봄풍경은 다양한 과실수의
개화로 화려한 꽃동산을 보는듯 장관을 연출 합니다.
 겨우내 싱싱한 야채 섭취가 부족한 서민들은 하루라도 빠른 수확을 위해 고려인들이 일찍 비닐 하우스 온실에서
키워 봄시장에 내온 모종을 구입해 그들의 집 텃밭이나 다챠에 심어 여름 한철 식탁에 올리고,겨울에 먹을 피클같은
절인 음식 김장을 담근답니다.
비교적 부지런하고 생활력 강한 대부분의 고려인들이 봄철 모종 시장의 중심이 됩니다.
최근 값싼 중국 노동력이 투입되어 싸게 출하되는 중국 농산물 보다, 유기농 재배에 좋은 종자 사용으로 질좋은
 상품을 내어놓는 우리 영농쎈터 지원을 받는 고려인들의 농산물이 인기가 있고,좀 더 나은 가격에 판매 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돌아와 일주일 동안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3년 거주 비자 신청을 마치고 나서,
영농쎈터에서 각종 화훼나무 씨를 심거나,
작년 가을 미리 분재용으로 점찍어 알맞게 잘라 놓은 느티나무를 캐어다 가식 하는 일이나,
고려인 루직의 비닐 하우스에서 토마토 오이가 의지하여 타고 오를 줄을 매어 주는 일을 한다거나,
작년 겨울,고려인 문 슬라바가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야코블레브카 마을에 비닐 하우스 설치를 도와 주고 돌아 오는 길에
차가 눈길에 미끌어져 사람이 다친 사고에 대한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동행 하기도 했고,
비닐 하우스 농자재 상환 대금을 수령하기 위해 김동학 선교사와 노보로사노브카 마을에 다녀 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재배한 모종을 판매하는 현장을 경험 한 적이 없어 처음으로 라리사가 열심히 꽃을 파는 현장을
찿아 오게 된것 입니다.
다음 주 부터는 빅터가 육묘 판에서 비닐 화분에 옮겨 심는 작업을 돌아 보고,미국에서 가져온 복합 비료를
시비 해 볼 예정 입니다.
 
아직 라리사와 빅터는 신앙이 없습니다.
예수님에 대하여 이야기 하면 먹고 사는 일에 걱정이 앞섭니다.
봄철 세달 장사가 일년을 좌우함을 감안하면 무조건 성수 주일을 권하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모든 육묘에 waterling can에 물을 담아 관수를 하며,씨앗 파종 이후에는 misty water spray로 물을 뿌려 줍니다.
수도 꼭지만 틀면 언제나 콸콸 쏟아지는 상수도에 water hose 연결하고 nozzle로 시원하게 물을 뿌리는
미국과는 하늘과 땅 차이 입니다.
저녁 5시 부터 아침 9시까지 밤이였던 겨울과는 달리
이제는 아침 6시 부터 밤 10시까지 낮이 이어 지므로 하루 종일 일 하다가 12시나 되어야 잠자리에 듭니다.
우리와 함께 교회에 가지 못함을 미안해 하는 그들에게,우리를 이곳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이 미국 땅에서
우리 부부에게 어떤 은혜를 부어 주셨는가를 함께 일을 하며 조근 조근 설명할 것입니다.
 
버스를 타러 돌아오는 길에 러시아 정교회 옆 골목에 앉아 방울꽃 부케를 파는 소년을 만났습니다.
아내가 소년 앞에 멈춰서서 방울꽃 향기를 맡아 보며 나를 쳐다 보았습니다.
"<span class="Apple-style-span" style="font-family: arial, sans-serif; font-size: 13px; border-collapse: collapse; ">스콜까 스토잇?</span>"가격을 묻는 나에게 수줍은 얼굴로 소년이 말했습니다.
"드리쟈찌 루블레!"
30 루블,달러로 1$ 이었습니다.
 
미하일로프카로 돌아오는 버스 맨 뒷좌석에 앉은 아내는 창가에 비치는 따스한 봄볓을 이기지 못하고
1$짜리 하얀 방울꽃 부케를 들고 차창에 기대어 잠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같은 생각이지만 덜렁 덜렁 이곳 저곳 따라 나서는 4차원 그녀는
정말 젤소미나를 닮았습니다.<br /> <br /> <br /> 오늘 하루 많이 걸어 피곤은 했지만 강인한 고려인들의 삶의 현장을 돌아보며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들의 삶이 주님으로 인해 외롭지 않도록 우리 부부가 다리가 되기를 희망 합니다.
또 편지 드리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연해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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