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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 해의 세모에 서서
 
곽동원  2009-12-03 13:16:06 



 12월의 첫 날 아침 입니다.
정신 없이 흘려 버린듯한 11월을 달력에서 뜯어내곤 한장 남은 12월을 물끄러미 바라 보며,
작은 빈 칸으로 남아 있는 서른 한 칸의 공간,이 2009년 마지막 한달위에 역사하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대해 봅니다.
 
어떻게 추수 감사절은 은혜롭게 감사함으로 지내셨나요?
일년 내내 일 하느라 가족을 위한 요리에 신경을 쓰지 못하던 아내가 꼭 일년에 한번 가족들을
위해 정성 들여 준비하던 Turcky Dinner를 그리워 하는 아들과 딸에게 전화를 했더니
엄마 아빠 없이 칠면조 요리 먹기 미안해서 할머니와 삼촌 모시고 Home Town Buffet에 다녀
왔다며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주일 아침,
모든 교회와 자선 단체에서 베푸는 풍성한 추수 감사절 음식을 상상하며 누워 있는 어두운 새벽,
지난주에 암으로 투병 하시던 사랑하는 아내 박정진 선교사를 수목장 지내고 서울에서 돌아 오신
저와는 동갑내기에다 같은 평신도 선교사이신, 
서울 사랑의 교회 파송 김기남 선교사님 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곽 선교사님!  
답답 하실텐데 저와 시비르찌바에 있는 고려인 가정교회에 같이 다녀 오지 않으시겠어요?"
 
전화 통화를 하며 속으로는 장례식 끝내고 돌아 오셔서 영육간에 피곤 하실텐데 좀 쉬시지 그러시나
염려가 되었지만,선교지의 여러 사역 현장을 기회 있을때 마다 보아 두는것도 좋은 경험 이겠다 싶어
아내에겐 오늘만 혼자 미하일로프카 은혜교회로 출석하라 이야기하고 김기남 선교사님을따라
나서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 있었던 박정진 선교사님 장례식장에서 뵈었던 김기남 선교사님의 슬픔에 잠기셨던 모습이 
생각이 나서,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하나 잠시 고민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밝고 활기찬 
모습의 그분을 보면서 베테랑 선교사의 의연한 모습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 내린 눈으로 아직도 잔설이 하얗게 덮혀 있어 끝이 보이지 않는 연해주 평원을
미하일로프카에서 서쪽으로 한시간 가량 달려가야 하는 거리에 시비르찌바라는 마을은 자리잡고
있었으며,중앙 아시아에서 이주해 온 고려인들이 여러 가정 모여 사는 외진 농촌으로 서울 신사동 교회
에서 기독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돕게된 가정 교회 였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러시아 전통 가옥 내부를 빽빽히 앉으면 30여명 정도 수용 할수 있게 개조한 교회 지붕엔
흰 눈에 덮힌 낡은 십자가가 서 있었고,그곁의 굴뚝에선 난방 뻬치카에서 뿜어대는 석탄의 검은 연기가
모락 모락 피어 오르고 있었습니다.
 일찍 교회로 모여 들어 뛰어 노는  서너살 짜리 어린 아이에서 부터,두툼한 인조 모피 코트 벗어 옷걸이에 건 
러시아 할머니들이 반갑게  담소를 나누는 25ft by30ft 정도 규모의 실내에선 7명의 찬양대와 3명의 찬양팀이 
연습을하고 있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예배 준비와 함께 부엌에서는 예배후의 점심 교제를 위해 뻬치카에서 끓이는 수프
냄새가 하나님께 올리는 번제물의 향기처럼 퍼져 나가는 그 순박하게 아름다운 참예배 준비의 조화를 보며,
무엇 하나 넉넉한 것이나 연출됨이  없어 보이는 가운데 진행되는 예배 준비가 왜 저의 눈에는 그렇게 평화
스럽게 느껴졌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김기남 선교사님 말씀이, 장년 20명도 안돼는 이 시비르찌바 교회 찬양팀이 연해주
 교회찬양 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것과,이 작은 교회 청년 6명이 블라디보스톡에 있는 신학교를 졸업한
전도사라는 것이였구요.
 
한국말을 못하시는 고려인 아르쬼 목사님의 설교는 이해하는 단어 몇개를 영상으로 보고 추측 하기론
신앙인의 빛과 소금의 삶에 대해 설교 하시는 것 같았는데,..............
설교를 듣는 교인들의 간간히 아멘 으로 화답하는 모습과,어린 10대들의 초랑초랑한 눈망울도 인상적
이었지만,거칠고 주름진 야윈 손으로 설교 말씀을 또박 또박 노트에 받아 적으시는 러시안 할머니,고려인
할머니들의 모습은 정말 감동적 이었습니다.
재롱둥이 목사님 셋째딸 샤샤는 예배 시간 내내 교인들 무릎을 전전 하다가, 내무릎에 와서 잠이 들고,
어미를 찿던 아기 고양이도 햇살 따뜻한 창가에서 잠이드는........
 
정말로 그래요,
이 얼어붙은 동토에서 맛보는 위장되지 않은 원시적인 예배의 행복감 이라니.................
4부 5부 예배로 이어지는 만여명의 예배와, 온갖 악기와 기교로 드리는 대형 예배에 익숙해 있던 나에겐
하나님이 보여 주시는 또 하나의 섬길수 있는 새로운 영역의 가능성 이라고 생각이 들었구요.
이런 외딴곳에서 욕심없이 사역하시는 아르쫌 목사와 따냐 사모님,...................
세딸 알리나,야나,샤샤 ...........
그리고 예배후에 나눈 점심식사 교제중에 맑은 웃음으로 사랑을 표현하던 이름 모르는 성도들.......
그들의 모습을 통해 앞으로 이땅에 퍼져 나갈 하나님의 나라를 기대 할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먹던 살찐 Thanksgiving Turcky는 아니였지만,그런대로 추수 감사절임을 느끼게했던 계륵(닭 갈비)
과, ,이름을 알수 없는 마카로니 수프의 맛은 꽤 훌륭 하였으며,
눈으로 덮힌 추운 바깥 세상과, 누추한 삶의 고단함을 성령 충만한 주일 예배의 감격과 사랑의 교제로
극복 할수 있는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이었습니다.
 
선교사로 이곳에 와서 벌써 5개월이 지났습니다.
많은 꿈과 계획을 가슴에 품고 왔습니다만 현지 언어와 관습과 문화를 배우며 수정해야할 사역 계획들을
발견 하게 됩니다.
크고 폼나는 사역의 가능성 보다,
느린 삶의 여유와,소박하고 욕심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하나님 앞에 오롯이 세우는 일에 마음이 갑니다.
그동안 이곳에서 겪는 일들을 편지로 받아 보시는 분들 중에,비관적이고 감상적이고 나약한 글 내용으로
인하여 준비가 덜된 성급한 결정으로 선교사의 길을 나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하는 지적을 듣습니다.
그러나 오기와 용기는 명백히 다릅니다.
잘못된 판단과 계획을 밀어 붙히는게 오기 라면,
하나님이 원하시는 바른 길을 찿기 위해 두려워하며 부족한 능력과 덜 성숙된 인간성과 자아를 솔직하게
 여러분께 내어 놓고 기도로 지원 요청 하는것은,개인의 자존심과 쪽팔림(죄송한 표현)을 감안하면
저에겐 용기 입니다.
7년째 이땅에서 함께 사역 하시던 아내를 하늘나라 보내 드리고,그 외로움과 슬픔을 가슴에 담은 채 
시비리쯔바 교회 같은 작은 교회의  가능성을 보고 열심히 도우며 얼어 붙은 먼길을 두시간 이상 운전하고
다니시는 김기남 선교사님을 보며 또 새로운 용기를 얻습니다.
 
오늘 아침 QT 말씀의 성전 건축을 앞둔 느헤미야 선지자의 지혜로운 모습처럼(느헤미야 2:11-2:20)
지금 저희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비자 문제와 언어의 장벽등 어려운 상황아래서 우리가 할수 있다는 계획
보다는 하나님이 원하시고 도우실 일인지를 고려하여 확신이 서면,희망을 꺽지 않는 일입니다.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이해와 하나님의 도우시는 손길에 대한 확신으로 나아가는 일입니다.
 
타자 실력이 저렴(?)해서 시간이 자정이 넘었군요.
 
알찬 결산으로 하나님께 인정 받으시는 12월이 되시기를 기도 하겠습니다.
 
연해주에서            2009년 12월 1일     곽동원 &진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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